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24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선거사무실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24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선거사무실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양자대결을 펼치는 경기도는 17개 광역단체 선거지역 가운데 유권자가 가장 많다. 1998년 이후 20년간 유지돼온 보수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 전 시장은 성남시장 시절 청년 배당 등 ‘3대 무상복지 사업’ 등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된 이 전 시장을 24일 수원 경기도청 인근에 차려진 ‘명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후보 확정 이후 첫 인터뷰를 한국경제신문과 한 그는 “성남시에서 벌인 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등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 사업을 경기도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의 성공모델을 경기도로 이식해 경기도의 중심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경기도가 더 이상 서울의 변방이 아니라는 자부심을 일깨워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표 복지’ 경기도로 확대

이 후보는 “서울시민이 부러워할 삶의 질을 경기도에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복지 포퓰리즘’ 우려에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복지에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8년간 이끈 성남시 시정을 방증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에 들어간 돈은 가로등 유지·보수비 절감으로 아낀 연간 80억원의 예산으로 감당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8000명가량이 태어나는 성남시의 경우 1인당 50만원, 총 40억여원이 산후조리비로 들어간다. 중·고교 교복 지원 예산은 연간 56억원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규모라는 얘기다.

이 후보는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할 때 드는 예산이 최대 5000억원”이라며 “경기도에 속한 시·군 세금을 적극적으로 걷고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경기도 세출예산은 21조6823억3107만5000원이다. 한 해 예산 가운데 2.3%를 복지에 투입하는 셈이다.

◆‘경기도 중심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이 후보는 “복지가 경제순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이건 투자로 봐야 한다”며 “성남의 청년배당은 지역화폐로 제공하기 때문에 지역 골목상권이 함께 살아나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도민 복지 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경기도 중심성 확보’를 제1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도가 서울시에 식민지처럼 희생돼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과 경기를 통합한 광역서울을 주장하는 남 지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 서울로 이사가나’를 고민하는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면 서울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경기도가 돼야 한다”며 “작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행정을 했던 성남시장의 노하우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드루킹 사건은 정치 자영업자의 분탕질

이 후보는 남은 선거 기간 남북 관계와 여권 내부 리스크 관리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향한 국민의 지지는 이미 어느 정도 대통령과 당 지지율에 반영된 상태”라며 “주변을 살피고 낮은 자세로 남은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비롯해 이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를 마다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을 보여 주변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하지만 이번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이런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앞으로 선거전에서도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상처 내는 전략은 펼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이 후보는 “그동안 기득권과 맞서기 위해 심하게 싸워왔지만 대선 경선 후보를 경험하며 오히려 공격하는 측이 곤경에 빠지거나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안정감을 심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2020년 펼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다음 총선은 국민이 입법권력을 문재인 정부에 몰아주며 ‘올인’할 것인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선거”라며 “이를 위해 이번에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권 재도전을 묻는 말에도 “도지사를 열심히 하다 보면 머슴이 무엇을 할지는 주인인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후보는 최근 불거진 ‘드루킹 댓글 논란’에 대해 ‘정치 자영업자에게 당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에게 불똥이 튀었지만 본질은 힘을 과시하려는 정치 자영업자의 분탕질에 당한 것”이라며 “야당이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원=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