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화의 이름으로 투 코리아 전략 내세울 수도"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고요? 북핵 문제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86·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담 한 번으로 평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기존에 나온 비핵화 관련 각종 선언보다 앞서나간 새로운 선언을 하고, 실제로 그걸 이행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일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이란 게 강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북한은 이제 자체 핵 능력을 갖춘 만큼 더 이상 무력시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대화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결과를 내부에 선전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평화의 이름으로 ‘투 코리아’ 전략을 내세우며 사실상 영구 분단 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남북통일에 냉소적인 국내 여론을 두고도 “북한 김정은 체제를 경계하며 비핵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남북통일”이라며 “이 목표의식이 없으면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북한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바깥 사정에 휘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추진력은 높이 평가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장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좋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란 느낌이 있다”며 “평화란 단어에만 너무 집착해 앞서나가려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과거와 달리 바로 북·미 회담이 이어지는 데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설득해야 할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 측이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을 너무 모른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북한에선 모든 걸 김정은이 결정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김정은이 특정 정책을 결정하고 서명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지켜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복잡한 논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글=이미아/사진=강은구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