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복귀·1년내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북미수교 교환 가능성
북한 '살라미 전술' 답습 가능성 피해 '일괄타결' 나설 듯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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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서 초기에 '중대 양보'를 주고받는 '빅뱅' 접근법을 선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함에 따라 이 방식의 성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WSJ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5∼6월로 예상되는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 폐기를 위해 신속히 행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폐지 전까지 제재완화는 없다고 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보도는 북한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채택한 뒤 나온 것이다.

이 결정을 놓고는 북한이 핵 능력을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단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한 것이며 향후 핵군축 협상을 노릴 것이라는 미 조야의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 게 사실이다.

이러한 기류에서 WSJ이 전한 '빅뱅' 접근법은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를 둘러싸고 지난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다 결국 파탄에 이르고만 전철을 답습하지 않는 일종의 '일괄타결'을 겨냥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즉,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통 큰 양보를 처음부터 주고받음으로써 이른바 '동결의 덫'(freeze trap)에 걸려들지 않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프로세스로 직행하자는 구상이다.

북핵 전문가들은 그 방안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측에 CVID를 수용토록 하고 그 시점을 적어도 1년 내로 못 박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울러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도록 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이뤄져 항구화할 수 있도록 정교한 장치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서린 딜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CNS) 연구원은 CNN에 "북한에 속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확인해야 한다"며 "IAEA에 복귀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의도와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 북미 수교 등 북한이 거부하기 힘든 양보를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이 초기에 물러설 수 없는 중대한 양보를 주고받아야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와 같은 '미래의 핵'은 동결하면서도 지금까지 개발한 수십 기(基)의 핵무기와 핵물질 등은 보유하며 국면마다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핵 폐기 날짜를 못 박도록 하는 게 내 목표"라고 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며 대답을 듣지 못하면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실제 북미 협상은 초기 단계의 '중대 양보'가 이뤄진다면 이를 쉽게 번복될 수 없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강구되겠지만 최종 출구로서 CVID에 이르는 실제적 협상은 보상 성격의 단계적 합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다음 단계의 보상조치를 멈추는 방식이다.

최근 평양을 극비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를 만난 김 국무위원장이 최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시간표에 따라 양측이 함께 양보하는 내용의 단계적 합의를 제시했다고 WSJ이 전한 것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밝힌 것도 중대 양보를 주고받는 '빅뱅' 접근과는 별개로 실제 비핵화 과정은 상당한 샅바 싸움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