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美와 수교후 中경제발전 모델 따르는 듯
北, '핵·경제 병진→경제건설 집중' 노선전환…개혁개방 탄력
북한이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지난 1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고위급 대표단 파견,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합의 등의 노력이 결국 경제발전에 목표가 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마무리)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을 한 차례 발사하고 서둘러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도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뒀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ICBM의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라는 행동조치까지 구체적으로 밝혀 추가 도발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핵 노선에 대한 방향 전환을 알린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선언은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과 5월∼6월 초 열릴 북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과연 북한이 핵포기를 하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이들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선제 조치는 회담 전망을 밝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지금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북한의 정책전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의 개발과 완성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한 가운데 미국과 담판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나갈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며 "기업가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北, '핵·경제 병진→경제건설 집중' 노선전환…개혁개방 탄력
현재의 외교적 분위기에서 두 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되면 북한으로서는 경제발전 노선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환경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전략의 단기적 목표로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유류 수입 제한 등으로 농기계 가동이나 비료 등의 반입이 어려워 기초적인 경제활동에도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의 돌파구를 열고 경제운용의 숨통을 틔우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장기적 경제계획으로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과학교육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하고 앞으로 경제건설에서 과학과 교육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중국과학원을 찾아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보이는 기기를 체험하는 등 미래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북한의 노선전환은 앞으로 중국식 개혁개방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용어로 시장을 허용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독립채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으며 농업에서는 사실상 가족농을 허용하는 포전담당제를 하고 있다.

동원할 내부적 자원이 고갈된 상황이어서 큰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외부자본이 들어간다면 1980년대 중국식 개혁과 개방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경제생활 향상이라는 전략적 목표 속에서 미중간의 정상회담과 수교 이후 개혁개방조치를 취한 중국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이런 의도를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