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북 외 대부분 1∼3명…한 명도 없는 지역도 있어
"비례대표 장애인 몫 확대 등 정치적 배려 필요" 목소리
"지방선거 도전 장애인 없나요" 장애인 정치참여 아직도 멀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홍천군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이성우 예비후보는 지체장애 3급이다.

홍천군 역도연맹 회장인 이 후보는 중·고교 때 역도 선수로 활약했으나 20세 때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기초의원이 되면 지역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혜택을 받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 후보처럼 도전장을 내민 장애인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구에서는 20일 현재까지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4명, 경북에서는 역시 두 당 소속 14명의 장애인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소속 장애인 후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 정당을 합쳐 대구·경북에만 1천여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는 것을 고려하면 장애인 출마자는 2%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는 장애등급이 있는 정치 지망생 20여명이 지방선거에 도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경북과 강원도를 제외하면 전국 각 지역에는 장애인 후보가 대부분 1∼3명이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제주도에는 민주당 1명, 자유한국당 1명, 정의당 1명 총 3명이 기초·광역의원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기도는 어린 시절 장애를 입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민주당 도지사 경선을 준비하고 있고 지체 3급 장애인인 송순택 도의원이 4선에 도전하는 정도다.

울산시도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가 민중당 소속 북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고 인천에서는 시각장애인 인간문화재인 조경곤 후보가 무소속으로 서구청장에 출마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도전 장애인 없나요" 장애인 정치참여 아직도 멀었다
이밖에 부산에서는 지체장애인 최영아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민주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에, 광주에서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문상필 예비후보가 민주당 소속으로 북구청장 선거에 도전한다.

전북, 충북, 경남 등에서는 아직 장애인 후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은 비례대표 후보 공모를 앞둔 지역이 여러 곳 남아있어 장애인 도전자가 나올 수 있지만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은 것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인천에서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 후보 A씨는 "명함을 돌리다 보면 혼자 다니지도 못하면서 무슨 구청장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들었다"며 "힘든 게 한둘이 아니다"며 씁쓸해했다.

대구에 사는 정치 지망생 B씨는 "각 정당이 장애인 후보에게 가점을 주는 등 나름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선거에 나서길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정치 참여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치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염민호 국장은 "장애인단체가 정치 대학 등을 꾸려가며 정계 도전을 돕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비례대표 장애인 몫을 확대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상원 김동철 변우열 이재현 장영은 강종구 이우성 이정훈 변지철 이종민 김용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