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드루킹에 보낸 기사 대부분 문 대통령에 '우호적'… '좋아요' 수백건 씩 달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48·필명 드루킹)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낸 10개의 인터넷 기사 주소(URL)는 대부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고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언론 보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부분의 기사에 1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려 조직적인 ‘댓글공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기사 대부분에 ‘좋아요’ 수백건

서울지방경찰청이 19일 공개한 기사 URL 10개는 2016년 11월25일 처음 발송된 뒤 간헐적으로 이어지다 2017년 10월2일 마지막으로 보내졌다. 이들 URL 대부분은 대선 당시 문 후보에게 유리하고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들이었다. 예를 들어 김 의원이 지난해 1월18일 김씨에게 보낸 ‘반기문 봉하행(行)에 친노 불편한 시선…정치적 이용 비판’ 기사는 전날 연합뉴스가 보도한 것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이어 지난해 3월8일 발송된 ‘주부 62% 비호감 문재인, 여성표심 올인…내가 제일 잘생겼는데’ 기사는 문 후보를 일방적으로 치켜세우는 내용으로 짐작되지만 해당 언론사의 사정으로 삭제돼 현재 볼 수 없다.
김경수, 드루킹에 보낸 기사 대부분 문 대통령에 '우호적'… '좋아요' 수백건 씩 달려
URL 10건 가운데 댓글 조작이 가능한 네이버 기사가 8건에 달해 김 의원이 최소한 공감 수를 늘리는 ‘선플 작업’을 김씨에게 암묵적으로 청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대부분에 최대 1000개가 넘는 ‘좋아요’ 버튼이 눌러져 있다. 상당수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전을 강조하는 기사였다. 지난해 4월 대선후보 합동토론회를 전한 ‘문재인 10분 내 제압한다던 홍준표, 문(文)에 밀려’라는 기사에서는 좋아요 1068개가 달렸다. 베스트 댓글은 ‘10분 만에 (홍준표 후보가) 크게 당했지. 문재인은 신중한 사람이라 안정감이 단연 최고다’였고 이 댓글에는 1874개의 ‘공감’이 이뤄졌다. 댓글 대다수는 문 후보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이 이뤄진 장소로 지목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공작 특검하라’ ‘내로남불 NO, 철저한 수사’ 등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이 이뤄진 장소로 지목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공작 특검하라’ ‘내로남불 NO, 철저한 수사’ 등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 후보에 유리, 상대에겐 불리

‘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안 “중기·벤처가 만들어야”’ 기사에는 ‘홍준표가 X때리네, 해고가 자유로우면 모두 다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얘기잖아(아이디 redc****)’라는 댓글이 달렸고 공감횟수는 4914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한 인터뷰 기사를 드루킹에게 보내기도 했다. 김 의원과 한 인터뷰 기사 ‘곪은 건 도려내야 새살 돋아… 미국도 우리가 운전석 앉길 원해’에는 ‘좋아요’ 버튼이 419번 눌러졌다. 이 글의 베스트 댓글은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상태지만 세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더불어민주당 홧팅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전진하자 김경수 차세대 정치인 짱’이었고 공감횟수는 모두 662번이었다. 비공감한다는 의견은 23번에 불과했다.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한다’(2017년 4월29일)라는 기사에는 3544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은 대부분 문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상대편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의 주의를 당부하는 기사도 있었다. ‘막판 실수 땐 치명상… 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 기사에는 ‘무슨 일에 있어서든 방심은 금물입니다. 더구나 자만은 큰 경계의 대상이지요. 국민을 생각하는 초심을 잃지 마시기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삶을 존중하고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문재인 화이팅!!!! (아이디 vajr****)’이라는 글이 베스트 댓글이었고 128번의 공감이 이뤄졌다.

이현진/박종서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