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적 비핵화' 단계서 평화체제 급진전하면 안돼" 지적도
전문가들 "평화체제 논의는 불가결"…종전선언 시기에는 이견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가 4·27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평화체제 협상 병행은 불가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화체제 관련 조치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긴밀히 연결하되, 평화체제 논의가 비핵화 논의를 과도하게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제언도 나왔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일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군사적 위협 제거와 체제 안전 보장인데, 그 두 가지는 평화체제 논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미북 양자 간 평화협정 체결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가 기선을 잡고 능동적으로 평화체제 논의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도 진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닌 '선언적 비핵화'만 가지고 평화체제 논의를 급진전시키면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한·미가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한미가 북에 제공할 수 있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 사이에 속도가 맞아야 한다"며 비핵화 조치와 평화체제 구축 관련 조치를 '행동 대 행동'으로 짝짓는 합의를 하고 그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남북 간에는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 보장 및 군사적 위협 해소와 관련해 무엇을 주고받을지 아이템을 정하는 포괄적 합의를 하고,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폐기 대상별 평화체제 관련 조치를 명확히 정해 '일괄 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는 "평화체제 관련 조치는 결국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움직임일 텐데, 양쪽(평화체제와 비핵화 조치)이 잘 연결되어야 할 것"이라며 "더불어 평화체제와 관련해 한국이 할 조치와 미국이 할 조치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평화체제는 비핵화 추동에 불가결한 요소"라면서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이 이슈가 되고 그에 관해 북한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 논의 진전이 더뎌지고, 북한은 그것을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종전(終戰)선언'을 하는 구상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도기적이고 선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한 교수는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분리하는 전략은 위험하다"며 "예를 들어 북한 핵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그때부터 북한은 그에 부합하는 행동계획들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그 경우 한미동맹 문제가 근본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