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지난 두차례 공개 방문과 달리 비밀 방문 의사 타진
카터-올브라이트 '못이룬' 북미정상회담, 폼페이오는 성공할까
북미 정상회담 준비차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방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거 남북·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미국 측 인사들의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과거 주인공들이다.

앞선 둘이 아쉬운 '실패'에 그쳤다면 폼페이오 국장은 성공의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카터 전 대통령의 시도는 드라마틱했다.

1990년대 불거진 '1차 북핵위기'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갈등 해소를 위한 남북대화 중재는 의미가 컸다.

상황을 거슬러가보면 1993년 북한이 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를 가진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 없다'며 북핵불용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듬해 3월 19일 남북회담 과정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을 내놓았고, 미국 조야에서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반도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속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며 같은해 6월 15일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외신 인터뷰에서 김 주석이 핵 동결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울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핵활동 동결 및 IAEA 사찰관 잔류 허용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에 동의했다고 밝혔고,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환영 입장을 표명하며 회담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을 매개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이후 국내에서 김일성 조문 파동이 불거지면서 남북관계는 급랭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활약은 반대로 '화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1999년 미국이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하면서 북미 관계는 점차 해빙기를 맞기 시작했다.

같은 달 9월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고,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듬해 6월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6·15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화해 분위기가 북미대화에 힘을 더했다.

이런 가운데 올브라이트 장관은 같은해 7월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회동해 북미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10월 9∼12일에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미 국무장관 방북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채택했다.

이를 전후해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방북 방침도 공개됐다.

10월 23∼25일에는 합의에 따라 올브라이트 장관이 클린턴 대통령 방북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북한을 찾았고, 평양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결국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북한 방문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방북 취소 배경에는 임기 말이라는 부담감,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내 반대 목소리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 국장의 대통령 특사 자격 방북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 이후 사실상 18년만에 이뤄진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북한 방문이다.

올해 초부터 급격히 진행되는 대북 관계개선 움직임에 발맞춰 전격적으로 이뤄진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에 따라 향후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확인한 것에 대해 이미 상당 수준 협상이 진척됐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두 차례 접촉이 언론의 떠들썩한 관심 속에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이 비밀리에 추진된 것은, 그가 아직은 '정보기관' 수장이라는 점과 함께 대북 협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