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인권조례=동성애 옹호' 공세…다른 지역엔 성소수자 보호 조항 없어
[위기의 인권조례] ③ 지방선거 이슈로 부상… 전국으로 폐지 확산하나
충남인권조례 폐지로 성 소수자 인권 문제가 50여일 앞둔 6·13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야당이 '인권조례=동성애 옹호'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공세에 나서면서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인제 전 의원은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통과 다음 날인 지난 4일 충남도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성애를 공식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관련 조례 폐지안 통과는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양승조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발언에 우려를 표시하며 반박했다.

양 의원은 최근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권조례의 취지는 동성애를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라며 "인권조례 자체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해 2012년 의회를 통과해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계기로 충북 증평군과 충남 계룡시, 공주시, 부여군 등에서도 관련 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위기의 인권조례] ③ 지방선거 이슈로 부상… 전국으로 폐지 확산하나
증평군의회는 오는 18∼20일 열리는 제133회 임시회에서 '증평군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조례가 소수의 인권보장을 위해 다수의 인권을 역차별한다는 여론이 있어 갈등관계가 지속한다는 이유에서다.

계룡시에서도 개신교 단체가 제출한 인권조례 폐지 주민청구 조례안이 시 조례규칙심의회를 통과해 이달 말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 부의될 예정이다.

공주시의회와 부여군의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에도 각각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과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주민청구 폐지 조례안'이 보류돼 있다.

이들 지역 보수 기독교단체는 인권조례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남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조례에는 성 소수자 보호 조항이 없다.

충남도 인권조례의 경우 도지사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조항을 담은 인권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야당에 공격의 빌미가 됐지만, 이들 4개 시·군 인권조례에는 이런 문구조차 없다.

해당 의회가 성 소수자의 인권보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북인권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증평군의회 인권조례 폐지안은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면 동성애가 확산한다는 것을 제안 사유로 들었지만, 증평군 인권조례 어디에도 성 소수자의 인권보장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조례마저 폐지하려는 시도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보수 정당과 기독교단체의 프레임이 '종북 좌파 척결'에서 '동성애자 척결'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위기의 인권조례] ③ 지방선거 이슈로 부상… 전국으로 폐지 확산하나
민생·민주쟁취 충남시국회의는 "한국당이 과거 자신들이 누리던 영화가 사라지자 이제는 혐오 세력의 지지를 구걸하기 위해 극우 보수세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충남인권위원회도 "한국당 의원들이 동성애와 이슬람을 혐오하는 세력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며 "헌법에 어긋난 충남도의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전국 인권기구 및 단체들과 연대해 폐지를 막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