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하지는 않았지만 화기애애하지도 않았다.”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독 회동 분위기를 전한 청와대 관계자의 표현이다. 회담시간의 70%를 차지한 북핵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엔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했지만 홍 대표는 “회담을 진행하다 폐기된 과거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선(先)폐기 후(後)보상’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제기한 데 대해선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른 요구안에서도 교감이 없었다.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홍 대표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대신 지방선거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사유가 된 적이 있으니 지방출장을 자제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 중립은 당연하고 선거를 겨냥해 일부러 다닐 계획도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4월 임시국회가 개회도 못하는 정치권 경색 문제를 풀기 위해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홍 대표는 “분위기와 여건이 맞는지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홍 대표는 또 경제 파탄 책임론을 꺼내 들며 홍장표 경제수석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게 무슨 소리죠’라는 표정으로 깜짝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동은 문 대통령이 전날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 회의를 끝낸 뒤 “남북관계는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여서 야당 대표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회동 추진을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