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출장비를 지원한 의혹을 받는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KRX) 등 네 곳을 13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와 서울사무소,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더미래연구소, 세종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이 각자 고발한 지 불과 사나흘 만에 대검찰청은 사건을 남부지검에 배당하고, 하루 만에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긴급하게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했다.

핵심은 김 원장이 다녀온 출장이 외유성·로비성 ‘여행’인지 여부다. 검찰은 김 원장이 다녀온 출장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원장과 피감기관 사이의 대가 관계,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보기 위해 회계자료와 증빙서류, 내부 문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주도해 설립한 정책연구기관인 더미래연구소를 상대로는 김 원장이 이 기관에 기부금을 낸 이유와 연구소 경비 유출입·운영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같은 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계봉오 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김 원장은 용역비 1000만원을 연구소에 송금하고 그 절반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8000만원을 가로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특수부 공안부 형사부에 각각 1명씩 3명의 검사를 수사팀에 배정했다. 이날 벌인 압수수색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으로 일과시간을 넘겨 저녁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자금 유출입과 회계 처리 과정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좌추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김 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김 원장의 외유와 정치자금 유용이 위법이라고 결론내릴 경우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한 부실 인사검증 책임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