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 구성 변화 주목…당 선전담당·국가보위상 등 당연직 포함
北최고인민회의서 軍총정치국장 위상 하락… '군부 힘빼기'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회의가 국무위원회 인사를 통해 군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을 떨궈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지난해 해임된 황병서 전 군 총정치국장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도 해임하고 후임인 김정각을 국무위 위원에 보선했다.

이로써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을 필두로 부위원장은 군 총정치국장이 빠진 채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2인 체제'로 유지하게 됐다.

황병서가 군 총정치국장 시절에는 국무위 부위원장을 겸임해왔다는 점에서 후임 군 총정치국장인 김정각이 국무위 부위원장보다 아랫급인 평위원에 선출된 것은 과거 총정치국장의 위상에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총정치국은 북한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검열·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군인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책임진 군 핵심기관이다.

역대로 총정치국장은 최고지도자의 오른팔이었고 공식 서열 역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다음인 세 번째였다.

이런 총정치국장이 국무위 부위원장이 아니라 위원에 오른 것은 군을 '나라를 지키는 군대' 역할로 제한하고 과거와 같은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체제 들어 군부 인사에 대해 계급장을 올렸다 낮췄다 하면서 길들이기를 하고 노동당의 지휘 아래 철저히 종속되는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변화시킨 연속성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각 군 총정치국장도 2012년 4월 우리의 국방부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으나 이듬해에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으로 1년 만에 물러나는 부침을 겪었다.
北최고인민회의서 軍총정치국장 위상 하락… '군부 힘빼기'
특히 북한 내부에서조차도 '떨어지지 않을 별'처럼 여겨졌던 황병서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고 지난해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것은 국정운영에 대한 군부의 힘을 빼는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각이 국무위원에 머무른 것은 총정치국장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던 관행도 작동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총정치국장이 국무위원을 겸한 것은 과거의 과도한 군부의 역할과 영향력을 빼고 당 중심의 정상적인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정은표 정치가 당 국가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또 국무위원에 김기남 후임으로 선전선동 담당 당 부위원장에 오른 박광호와, 김원홍 국가보위상 후임에 오른 정경택이 각각 선출됐다.

이는 앞으로 선전선동 담당 부위원장과 국가보위상이 당연직으로 국무위원에 오를 것임을 시사한다.

중앙통신은 김원홍을 국무위원에서 해임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유일하게 대의원으로 호칭하지 않아, 김원홍은 작년에 처벌되면서 대의원 자격도 박탈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당 군수공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태종수 당 부위원장이 리만건 대신 국무위원에 보선됐다.

국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만건은 2016년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됐으나 지난 11일 열린 김정은의 당 제1비서 추대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6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는 정치국 후보위원들과 자리를 같이해 낮은 직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사로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김정은, 부위원장 최룡해·박봉주, 위원 김정각(군 총정치국장)·박광호(선전선동담당 당 부위원장)·박영식(인민무력부장)·리수용(외교담당 당 부위원장)·태종수(군수공업담당 당 부위원장)·김영철(대남담당 당 부위원장)·정경택(국가보위상)·최부일(인민보안상)·리용호(외무상)로 재정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