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공식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지휘를 맡았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초강경파들이 북·미 정상회담에 소극적일 것이란 우려는 일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최 시기는 5월 말 또는 6월 목표

CNN은 7일(현지시간) 북·미 당국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실무접촉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CNN은 복수의 정부 관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정상회담 준비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양측은 회담 장소를 확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워싱턴DC와 평양을 오가며 수차례 대화를 나눴고, 제3국에서 만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북한은 평양에서 회담을 열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도 회담 장소 중 하나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워싱턴DC를 일단 최우선 회담 장소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개최 시기는 5월 말에서 6월로 조율하고 있으며, 이를 목표로 관련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기꺼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장소가 확정되면 날짜를 결정한 후 의제에 대해 더욱 상세히 논의할 예정이다.

CNN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모든 사안은 폼페이오 국장과 볼턴 내정자가 결정하고,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실무 조율을 담당한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에선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가 지휘 책임을 지고, 북한정책 특별대표 대행인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이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당국자들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北, 누가 나섰는지 확인 안 돼

미국과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는 북측 최고 책임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정찰총국을 지목하고 있지만 대외 공작업무를 주로 맡는다는 점과 국제 사회에 도발의 이미지가 강한 데다 CIA보다 훨씬 급이 낮아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우리 정부의 국가정보원과 CIA, 북한 통일전선부의 ‘3각 라인’을 거론하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과 폼페이오 국장 간 연락채널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국정원의 카운터파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 CIA의 북한 전담조직인 코리아임무센터(KMC)의 앤드루 김 센터장이 방한해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만났다는 관측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국무부 등 공식 라인이 아니라 정보당국 채널을 활용하는 이유는 폼페이오 국장에 대한 미 의회 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상원 인사청문회는 오는 12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어서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정식 임명은 이달 말 이뤄질 예정이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협상 상대방은 이수용 당 국제부장이나 이용호 외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북·미 접촉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접촉은)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언급할 수 없다”며 “(북·미 간) 얘기가 오가는 건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