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핵해결 중재' 집중도 희석 우려…"남북-북미에 집중할 때"
복잡한 외교적 프로세스 피하고 김정은 비핵화 실행 의지 확인에 주력
양제츠 방한시 6자재개 요청 가능성…靑 고위관계자 "그런 얘기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복귀에 동의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청와대의 반응이 신중하다.

6자회담이 북핵해결의 유용한 틀이라는 것이 정부가 일관되게 견지하는 입장이지만, '현 국면'에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기류가 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6일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히 6자회담을 남북·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봐가며 필요에 따라 개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자체로 북핵 협상을 상징해온 6자회담이 현 시기 비핵화 논의의 흐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여기에는 당장의 6자회담 재개론이 4월 남북·5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절묘한 외교적 계기에 북핵해결의 확실한 '쐐기'를 박아두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의 복잡한 외교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당사국 정상들이 '탑 다운' 형태로 포괄적 타결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대화의 틀을 확장하는 것은 비핵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농후하다는 인식에서다.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는 6자회담 자체의 효용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주변 6개국, 즉 남·북·미·중·일·러가 이해당사자로 참여하는 6자회담은 합의의 효력을 높이고 이행을 효율적으로 보장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협상의 틀이라는 게 외교가의 일치된 견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압축되는 한반도 문제는 이미 '국제화된 이슈'여서, 동북아 주변국 전체가 '스테이크 홀더'로서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책임있게 협력해야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6자회담은 다자(多者)의 참여에 따른 복잡한 협상 프로세스로 인해 합의 도출이 여의치 않고, 설령 합의를 하더라도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각국 사이에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인식과 이해관계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어서 '통일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려웠고, 키를 쥔 북한의 '벼랑 끝' '살라미' 전술에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외견상으로 협상이 진전되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비핵화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북한이 반대급부만 챙기고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만 버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9·19 공동성명과 2·13-10·3 합의와 같은 중요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더욱이 6자회담은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간의 회담이 주축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북미간 합의결과를 '추인'하는 회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 국면은 과거 6자회담이 진행된 상황과는 판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수차례 되풀이된 협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지켜본 국제사회는 또 다시 복잡한 외교적 협상을 시작했다가 과거의 전철을 되밟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에 휩싸여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과거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온 북한과의 협상에 강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고 심지어 군사적 옵션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진정성있게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확약'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어 최종단계에 해당하는 핵폐기의 실질적 조치에 들어가도록 '구속력있는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27일 열리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명시적 핵포기 이행 의지를 확인받고, 이를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핵폐기와 관계정상화, 제재해제, 평화협정 등을 아우르는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황에 따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의 중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정상차원의 큰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물론 6자회담은 추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완성'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다자회의 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합의 이행단계에서는 검증작업 수행과 경제지원 등의 반대급부 제공 측면에서 동북아 주변 6개국의 협조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선(先) 남북-북미, 후(後) 6자회담' 수순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변수는 중국이다.

과거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재개를 주도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현 국면에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축경로'로서 남북-북미회담의 중요성을 중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예방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우리 측에 6자회담 재개를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북한으로서는 현시점에서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 더 전략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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