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모두 선호하는 틀 아니나 中·日 목소리 등 변수
'10년 중단' 6자회담 부활할까…남북·북미회담후 윤곽
북핵 협상 국면이 조성된 가운데, 2008년을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중단 상태인 6자회담이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복귀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 비밀 개발 문제로 불거진 제2차 북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중·일·러의 참여 하에 만들어진 6자회담은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등을 도출했지만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내달린 뒤 그해 7월 "6자회담은 영원히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했고 북핵 상황이 악화일로를 달리는 동안 회담의 장기 휴업 상태는 계속됐다.

외교 소식통들은 6자회담 재개 관련 보도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중국, 일본 등의 이해 또는 기대가 보도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을 중심으로 한 외교전에서 소외된 일본이 6자회담 재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역시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에서의 영향력 유지 측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선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북중정상회담 때 거론했다는 '한미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는 결국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원칙"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대한반도 영향력 복원을 꾀하는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원론적인 선에서 장단을 맞춰 주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6자회담 재개 여부는 1차적으로 북한과 미국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대사가 작년 3월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6자회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최근 변화한 국면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스타일과 승부사 기질로 미뤄 미국이 '6분의 1'로 참가하는 데다 양자 담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6자 틀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제공할 상응조치, 특히 경제 지원은 이해 당사국과 분담하려 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미간 합의를 6자 틀로 가져가서 추인 및 이행하는 방식은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6자회담 탈퇴를 이미 선언한 북한은 핵문제는 미국과 담판 짓는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과거 일본이 6자회담 과정에서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과 대북 지원을 연계하면서 합의 이행에 난관이 조성됐던 일 등으로 인해 6자회담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미관계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중국과 러시아 등 우군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6자회담 틀의 유용성을 의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의중에 더해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 일본, 러시아의 목소리까지 반영되면서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사이의 '중재자'로 나선 우리 정부의 입장은 우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 두 회담의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큰 틀에서의 비핵화 합의가 만들어진 이후 비핵화를 위한 다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6자회담의 복원이 될지 남북미중 4개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이 될지 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