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의전·경호·보도' 4시간 실무협의

정상 이동경로·오찬 만찬 일정
회담 TV생중계 여부 등 논의
의장대 사열도 테이블에 오른 듯

김정은 호칭 '국무위원장'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을지 관심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논의가 본격화됐다. 5일 판문점에서는 의전 경호 보도 관련 실무회담이 열렸다. 남북 정상의 만남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논의하는 첫 모임이었다. 양측 모두 정상들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을 내세우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회담 주도권 잡기 신경전

'南北정상 복심' 윤건영·김창선, '4·27 회담 주도권 잡기' 기싸움

신경전은 실무회담 대표 구성부터 불거졌다. 이날 실무회담의 남북 대표 명단은 회의 시작 직전 공개됐다. 우리 측에선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을 수석대표로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신용욱 청와대 경호차장,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수석대표를 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비롯해 총 6명이 나왔다. 협상단 숫자를 맞추던 이전과 달리 ‘5 대 6’이었다. 우리 측은 수석대표를 당초 조한기 비서관에서 김상균 2차장으로 격을 높였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우리 측의 윤건영 실장과 북측의 김창선 부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 실장은 지난달 5일 대북 특별사절대표단 일원으로 방북했다. 3일 끝난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도 함께 갔다.

김창선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서기실에서 근무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의 보장성원(지원인력)으로 활동했다.

◆일단 탐색전만…합의없이 끝나

실무회담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점심시간과 별도 휴식 없이 열렸다. 남북 정상의 동선과 이동 경로, 대면 시점 및 방식, 회담 시간과 오·만찬 등 세부 일정과 경호 조치, 회담 현장 TV 생중계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의 만남과 형식, 호칭 등은 회담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수반되는 의장대 사열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노무현 대통령) 당시엔 우리 측 정상이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우리 군 의장대의 사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실무회담은 양측의 의견 개진만 이뤄지고 구체적인 합의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2~3차례 더 만나 구체적인 회담계획을 잡아나간다는 계획이다. 7일에는 통신 관련 실무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남북 양측에선 정상회담 전 핫라인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정은 호칭은 ‘국무위원장’으로 통일

정부는 김정은의 호칭을 ‘국무위원장’으로 결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아니지만 남북 간 특수관계를 감안했을 우리 대통령의 격에 맞는 호칭”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당·정·군의 모든 최고 통수권을 김정은이 갖고 있다. 노동당 위원장은 당, 국무위원장은 정,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군의 최고책임자를 뜻한다.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호칭은 자칫 다른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은 지난 중국 방문 때처럼 부인 이설주와 함께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공적 행사에 홀로 참석했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성을 두면서 ‘정상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굳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설주의 호칭은 ‘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 간 첫 부부 오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김정은의 개방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어오는 퍼포먼스를 연출할 가능성도 높다.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부부가 차량으로 MDL까지 이동한 뒤 도보로 MDL을 넘었지만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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