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강산에(왼쪽부터)와 조용필, 윤도현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조용필의 ‘친구여’를 함께 부르고 있다. 조용필은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평양 무대에 섰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강산에(왼쪽부터)와 조용필, 윤도현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조용필의 ‘친구여’를 함께 부르고 있다. 조용필은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평양 무대에 섰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1일 오후 6시20분(우리시간 6시50분)부터 동평양대극장에서 2시간10분 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공연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예상을 깨고 함께 관람해 큰 관심을 끌었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김정은 부부는 공연 시작 20분 뒤인 오후 6시40분께 공연장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과 인사한 뒤 2층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등도 공연을 함께 봤다. 김정은은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순하게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예술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인사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날 공연은 당초 오후 5시(우리시간 5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더 많은 사람의 관람 편의를 위해 2시간 연기하자고 했다가 다시 1시간 앞당겨 6시20분에 시작됐다. 북측의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 요구에 김정은의 관람이 조심스럽게 예측됐다.

공연의 공식 명칭은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이었다. 남북한 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에서 ‘봄이 온다’라는 부제가 달렸다.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무대에는 조용필, 최진희, 강산에,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김광민 그리고 걸그룹 레드벨벳까지 11팀(명)의 가수들이 올랐다. 이들은 3층으로 이뤄진 1500석의 공연장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남과 북, 세대를 뛰어넘는 26곡의 노래를 선사했다. 사회는 지난 2월11일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에서 합동 무대를 했던 소녀시대 출신 서현이 맡았다.

북측 관객들은 우리 측 예술단의 공연에 환호와 박수로 뜨겁게 호응했다.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먹먹해져서 악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첫 무대는 공연 주제인 ‘봄이 온다’를 형상화한 환상적인 홀로그램 퍼포먼스와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막이 올랐다. 이어 정인과 알리가 각각 ‘오르막길’과 ‘펑펑’을 부른 뒤 듀엣으로 ‘얼굴’을,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를, 강산에는 청량한 기타 반주로 ‘라구요’와 ‘명태’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16년 만에 다시 평양 무대에 선 윤도현과 YB밴드는 통일을 염원하는 ‘1178’ 등 3곡을 들려줬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빨간 맛’ ‘배드 보이’를 불러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네 번째 방북 공연에 함께한 최진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북측에서도 널리 불리는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이선희는 ‘J에게’ ‘알고 싶어요’ 등을 열창했다.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북측에서 요청했다는 ‘그 겨울의 찻집’에 이어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서현이 북한 노래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른 뒤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친구여’와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일부 출연진은 눈물을 짓기도 했다.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으며, 출연진은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앞서 태권도시범단의 단독 시범공연이 오후 4시30분부터 약 50분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북한 주민 2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졌다. 공연 주제는 ‘점화(點火), 가슴에 불을 붙이다’였다.

북한 주민들은 공연 초반 의자에 기대어 지켜보다가 격파 시범이 시작되자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시범단이 클럽댄스 음악에 맞춰 공연하다가 박수를 유도하자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 ‘불타오르네(FIRE)’에 맞춰 공연하는 부분에선 표정이 굳었다. 박수를 유도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연은 ‘고향의 봄’과 편곡된 ‘아리랑’에 맞춘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