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 성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측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일정까지 확정하는 등 모든 준비가 약속이나 한 듯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펴진 남북대화의 불씨가 두 달 반 만에 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정상회담 개최 합의한 지 한 달도 안돼… 일정 확정 등 일사천리 진행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최고조 긴장상태에 이르렀던 한반도 상황이 반전된 계기는 올 1월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남측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남북 간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며 ‘정상국가’로의 의지를 드러냈다. 2월에는 국제무대에 잘 등장하지 않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서울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을 원한다는 친서를 전달했다. 보름 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서울로 오는 등 북측 최고위급 인사가 연이어 문 대통령을 방문했다.

남측에서도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북한에 보내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비핵화 협상을 고리로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도 이 무렵이다.

주변국에 남북 정상회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이뤄졌다. 남측에서 미국을, 북측은 중국을 맡았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다. 김 위원장은 25일부터 28일까지 직접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청와대는 15일부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 실무 준비위원회를 가동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양측이 대내적, 대외적 걸림돌 없이 회담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이 막판에 틀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실무 준비를 위한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