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미 단계적조치'에 경수로 보상 포함시키려는 듯"
대미 '협상칩' 축적인가… 주목되는 북한 영변 경수로 움직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ELWR)를 둘러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져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인용해 보도한 군사정보 저널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 보고서는 북한이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시험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원자로 회로에서 비응축성 가스를 배출하려는 목적으로 지어진 굴뚝에서 처음으로 연기가 관측됐다며, 북한이 정식 가동을 위해 가스 배출로를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정식 가동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신이 보도한 내용은 핵연료를 장착하기 전, 수증기가 새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관이나 순환 계통을 초보적으로 점검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식 가동과는 아직 거리가 있더라도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둔 시점에 경수로 가동과 관련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외교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초 방북한 우리 특사단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터에 새로운 핵시설 가동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협상력 극대화 시도로 해석했다.

핵협상 과정에서 플루토늄 기반 핵무기의 원료 공급원인 기존 5MW 흑연감속로 외에 또 다른 핵물질 생산 가능 시설이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보상 조치를 극대화하거나, 핵무기 폐기의 전(前) 단계로서 핵시설 가동중단(핵동결)이 갖는 가치를 키우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의 협상칩 확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중정상회담 때 언급했다는 한미의 '단계적 조치'에 경수로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춘근 연구위원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며 "또한 북한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들을 경수로 원료 공급용이라고 해왔는데, 경수로를 가동하지 않고 있으면 원심분리기는 무기용 고농축우라늄 생산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만약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에 경수로를 포기하라고 할 경우 북한은 과거 북미 제네바기본합의(1994년)에 의해 짓다가 만 경수로 2기를 다시 지어달라고 하거나 그만큼의 전기를 공급해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 5년 전 완공된 북한의 영변 경수로(35MW급으로 추정)는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전력 생산용의 명분을 띠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쪽으로 전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아 미국 등은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