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서울 출산율 꼴찌 탈출이 가장 시급"
“서울이 미세먼지로 뒤덮이게 방치한 수장(박원순 서울시장)은 바꿔야 합니다.”

오는 6월13일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를 두고 중국 탓만 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당내 경선 상대인 박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MBC 기자 출신인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서울 구로을에서 18·19·20대에 내리 당선한 4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6년간 박 시장은 올망졸망한 정책에 매달리면서 구청장 같은 시장을 했다”며 “서울의 큰 그림, 서울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 달에 1만2000명 정도의 30·40대 젊은이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며 “젊고 활력 있는 서울로 가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도 “재개발에서 강남을 먼저 풀어준 건 큰 문제”라며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에 놀라 재개발 억제 정책으로 뒤늦게 바뀌면서 정말 필요한 강북 재개발까지 묶여 버리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미 대통령 임기보다 긴 만 6년을 (시장으로) 보냈는데 여기에 4년을 더하고 대선까지 나간다는 건 너무 지나친 욕심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내 또 다른 서울시장 경선주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려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의원은 최우선 정책 공약으로 박 시장의 취약 부문으로 꼽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들었다. 그는 ‘숨막히는 서울에서 숨쉬는 서울로’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거냐. 이제는 직접적인 공기 정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 수소가스충전소 20기를 설치해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를 1만3000대까지 보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고, 빗물을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놨다.

박 의원은 5세 이하 아동 무상의료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는 지적에 “현재 건강보험에서 의료비의 80%를 지원하고 있고, 문재인 케어로 자기 부담률은 10%에서 5%로 낮아진다”며 “추산해보면 서울시 소요 예산은 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서울 출산율은 0.84명에 불과하다”며 “출산율 전국 꼴찌 탈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워킹맘들을 위해 서울시 어린이집에는 ‘방과후 유치원’을 운영하는 공약도 내놨다.

박 의원은 도시·지리학 전공자답게 시민과 함께 중장기적인 도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의지를 밝혔다. 그는 “박 시장은 미래에 대한 시민토론회를 한 번도 안 했고, 도시의 지향점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지금은 특정한 몇몇 사람이 도시계획 그림을 그려놓고 서울을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민이 서울의 미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본선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박 시장은 불편하고 수세적 상황에 몰릴 것”이라며 “안 위원장의 ‘양보론’, 안 위원장의 그림자에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후보를 박 시장에게 양보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박 의원은 박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선 “TV 토론을 통해 본격적인 정책 대결을 하면 그 정도 지지율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기회가 아직 없어서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장 후보 간 논란이 되고 있는 경선 룰과 관련해선 “지지율 50%를 넘는 후보를 만드는 것 자체가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때는 박 시장도 결선투표를 하자고 했다”며 “때에 따라 원칙이 바뀌는 분은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다. 경기지사 경선에 결선투표 도입을 받아들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달리 박 시장은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