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 양위안자이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김정은,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 양위안자이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김정은,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 연합뉴스
중국은 28일 오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북한으로 돌아간 직후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발표하면서 베이징에서 머문 1박3일 동안의 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을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극진히 예우했다는 점과 함께 북한과의 ‘혈맹 관계’가 완전 복원됐다는 걸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의전

이날 CCTV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담 장면을 오전부터 반복해서 내보냈다. 시 주석이 김정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파격적 예우로 맞았다는 반응도 전했다. 김정은의 방중 공식일정 첫날인 26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왕후닝(王寧) 상무위원이 배석했다. 만찬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물론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도 참석했다. 왕 부주석이 중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걸 고려하면 김정은은 사실상 중국 권력 서열 1~3위 인사를 모두 만난 것이다.

김정은을 맞이한 중국 고위직의 면면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와 비교된다. 한·중 정상회담에는 중국 최고위급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국 위원급으로 딩쉐샹(丁薛祥) 중앙사무처 주임과 양제츠 위원 등이 배석했을 뿐이다. 만찬에 참석한 중국 측 인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가 중국 측 요청을 이유로 브리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김정은과 이틀 연속 식사를 함께한 것도 파격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때에는 자금성에서 만찬을 열었지만 두 정상의 식사는 한 차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머문 2박3일 동안 중국 측 인사와 식사를 한 건 시 주석과의 만찬뿐이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의 오찬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시 주석은 27일 김정은이 떠나기 전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 내 양위안자이에서 점심도 대접했다. 양위안자이는 청나라 황제의 행궁으로 중국이 귀빈을 모실 때 쓰는 국빈관이다. CCTV는 시 주석 부부가 김정은 내외와 식사 후 경내를 산책한 뒤 차를 함께 마시는 모습과 떠나는 차에 탄 김정은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도 내보냈다.
시진핑 "김정은 동지"… 트럼프 버금가는 최고 지도자 예우
◆북한 끌어안기 포석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김정은의 평양방문 초청을 수락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당시 한국 방문 요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 주석의 파격적 환대를 두고 중국과 북한의 ‘혈맹적 동지 관계’가 회복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과 북한은 1961년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맺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조약은 “한쪽이 몇몇 동맹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전쟁 상태로 바뀌는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이 일시적으로 등을 돌리긴 했으나 북·중 관계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증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한 중국이 북한 끌어안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는 “김정은의 방중은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靑 “한·중 간 긴밀한 협의” 강조

청와대는 중국과 북한의 공식 발표 직전인 이날 오전 8시20분께 기자들에게 김정은 방중 사실을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중 고위 관계자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면서도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이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