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도 北 제의로 시작…"유리한 환경 마련 의도"
중국 방문도 먼저 제안… 김정은, '정세전환 주도권' 의지 드러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 북한의 선(先) 제의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오찬 연설에서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전했다.

북한 측 제의를 중국이 수용해 방중이 이뤄졌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정의상, 도의상 제때 시 주석에게 직접 와서 통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관련 내용을 전하고 전통적인 북중관계의 복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의도를 엿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반도의 정세전환과 관련된 대부분의 움직임이 북한의 선제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남북관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며 남북 당국간 회담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틀 후 남측에서 고위급회담을 제안하면서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됐다.

또 북미관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남쪽에서 올라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의지를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를 앞두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 북미, 북중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선제안을 통해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며 체제안전 보장과 딜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향후 협상에서 우호적 국제여론을 조성할 필요성도 감안했을 수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시점의 문제였을 뿐 언제든 할 수밖에 없는 과제였다"며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전통적 관계를 확인해 놓는 것이 앞으로 협상 국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세 반전의 주도권을 쥐려는 북한의 의도는 작년 11월 29일 '화성-15형' 미사일을 고각발사해 950㎞를 날려 보내고 서둘러 이른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노출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서둘러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정세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이 김정은 위원장의 머릿속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돌파구 마련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면 주변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도성이 눈에 띄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