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대담한 스타일' 평가…북러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도
김정은, 南·美·中과 연쇄 정상회담… 외교무대 파격 데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 외교무대에 깜짝 데뷔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어 앞으로 그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북한과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지난 26~27일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지난 25일 그를 태운 특별열차가 북중 접경지역을 통과한 이후로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이날 북한과 중국 측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번 중국 방문 이전까지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6년여 동안 외국을 방문한 적도, 정상회담에 나선 적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다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향후 협상국면에서 중국 측에 협력을 구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입장에선 남·북·미 3개국 외교전에서 '구경꾼'으로 밀려났다는 '차이나 패싱'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할 목적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면서 내달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릴 예정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두 번째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굵직한 한반도 안보현안이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쪽 정부 인사 중 처음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외교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한 바 있어 정상회담 무대에서도 통 큰 제안과 과감한 결단으로 임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예상 수준을 넘어서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방중 기간에도 시 주석과 만나 "현재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다.

북중과 남북을 거쳐 5월에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이는 하이라이트 외교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북러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음 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방문 목적이 북러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 입장에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중국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성사됐다"며 "북한은 러시아와도 공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비슷한 차원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