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관계부처 총력 대응…미 통상압박 상대 '첫 승'

트럼프발 통상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정부가 끈질긴 전방위 설득을 통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를 면제받았다.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계속되는 통상 공세로 코너에 몰린 통상 당국은 이번 방어전에서 값진 1승을 올리며 한숨 돌렸다.

26일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했다.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문재인 대통령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에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했다.

철강 관세를 막고자 지난달부터 세 차례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 달 가까이 미국에 머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고위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재계 인사들을 만나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산 면제를 요청했고 므누신 장관으로부터 한국 측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을 끌어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6일 로스 상무장관을 만나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의 위협이 되지 않으며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 동맹에 기초한 공조가 긴요한 시점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산 면제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철강 관세를 거론하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 예방 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미국 주요 각료를 만나 한국산 제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전까지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응했고 기업들은 '관세 폭탄'과 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수입규제에 노출됐다.

이번 철강 관세에서도 한 때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거론되면서 통상 당국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국가 면제'라는 성과를 거두고 한미 FTA 개정협상도 자동차를 일부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면서 통상 역량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