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의 지방분권 분야는 조세부터 입법까지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 등 직접민주주의 장치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 토론 때 참모들에게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지역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文 “수도권·지방으로 국민 분열”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정부가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을 포함했다. 지방정부는 주민복지 증진 등을 위해 자유롭게 조례를 신설할 수 있다. 현재는 헌법 제117조에 따라 법률, 대통령령 등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어 지방정부의 입법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이 있다.

지방정부가 다양한 세금을 신설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개헌안에 명시된 ‘지방세 조례주의’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세금 종류, 세율, 징수 방법 등을 정할 수 있는 자치재정권을 가진다. 예컨대 현재 조세 체계에서는 도입이 어려운 싱글세, 반려동물세, 설탕세 등과 같은 세금을 지방정부별로 부과할 수 있다.

청와대는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시행되는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분명히 했다.

◆‘제2국무회의’도 헌법에 명시

개헌안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지방분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철학을 나타낸다. 헌법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는 용어로 바꾸는 방안 역시 지자체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17개 시·도지사와의 ‘제2국무회의’는 ‘국가자치분권회’라는 이름으로 규정됐다.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등 견제 장치도 담겼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지방분권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이다. 지방분권은 행정권뿐 아니라 입법권, 사법권을 지방정부에 대거 이양하는 개념이지만 문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이란 개념이 지역 균형발전으로 호도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가의 입법권과 사법권을 분권화하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이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이 헌법 1조에 규정할 만큼 중요성을 가지는지 의문”이라며 “국회개헌특위에서도 지방분권을 지향한다는 조항을 넣는 데 이견이 많았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조미현/배정철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