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 정책지식포럼서 쓴소리

대통령 주도 개헌 실패 가능성 높아…연임제 부작용 고려해야
6월 개헌 조급증 버리고 점진적 접근해야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내놓은 데 대해 서울대에서 ‘신중론’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기보단 국회에 맡기고,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12일 관악캠퍼스에서 ‘국정시스템 진단과 평가-대통령’이란 주제로 주례포럼인 정책지식포럼을 열었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한 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토론을 벌였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강 교수는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극화된 한국 정치 지형 하에선 개헌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불필요한 정치 논리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만 한국 사회는 세대 간, 계층 간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정치 환경에서)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만지면 본질은 사라지고 정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대통령 자문특위 개헌안의 핵심 안건으로 전해지는 정부형태(권력구조)개편으로서의 4년 연임제 및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 분배를 의미하는 이원집정부제 논의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의 연임 또는 권한 배분이 국정 운영의 연속성 부재, 그로 인한 장기정책의 실종이란 현 대통령제의 핵심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소시킬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강 교수는 “8년 재임으로 사실상 3년 반 수준에 불과한 대통령의 실질적 통치기간을 다소 늘릴 순 있지만 재선용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제시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말로는 편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처럼 경제 외교 정치가 복잡하게 얽힌 국가적 이슈를 두고 현실적으론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교수도 “재임을 위한 선거가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 추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기대”라며 “특정 지역에 어필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양극화된 한국 정치 지형에선 연임제는 오히려 한 쪽만을 위한 정책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오히려 대통령 재임 기간이 연장되면서 정권에 따라 승진이 좌우되는 관료 집단 심지어 언론까지도 단임제 시절보다 더 진영 논리에 충실한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개헌을 추진 중인 여권이 ‘6월 개헌’에 대한 조급증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식의 개헌보단 여야 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바꿔나가는 ‘점진적’ 개헌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과거 한국 대통령들의 실패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단 개인의 문제가 더 크다”며 “표심을 잘 잡고 인기영합에 능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쉬운 현행 직선제 구조에서 연임제 개헌은 아직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도 “지방분권 개헌 역시 사실상 1당 독재가 수십년간 고착화된 현재의 지방정치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며 “정치권이 바뀌는 게 문제라면 선거법, 정당법 개정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개헌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은 ‘약간 불편한 게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라며 “개헌 역시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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