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결과를 미국과 공유하기 위해 출국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박4일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한 뒤 12일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 방문 길에 오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만남 요청을 즉석에서 받아들인 데 대해 정 실장은 9일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나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 외에 추가 메시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상 간 주고받은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이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밝힌 것으로 비춰볼 때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약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다. 일각에서는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인권문제 개선 의지를 전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귀국한 정 실장은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시 주석에게 방북 및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곧장 러시아로 향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원장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1박2일 일정으로 12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일정을 각각 소화하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이 국내 일정 등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나눴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준비위는 정상회담 사전 준비와 대북 협의를 담당한다.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관계자가 합류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준비위 구성이 완료되면 이번주 첫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통일부가 실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기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들(미·중·일·러) 국가와의 긴밀한 공조 방안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