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정상화 목표로 '대외관계 대전환'…정상간 합의 유용 판단한듯
제재압박 강도 높아지고 이미 핵능력 확보 자신감 바탕 관측
김정은, 북미정상회담까지 제안… '파격 승부수' 배경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제안하며 대외관계에서 연이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보여온 대화 공세의 지향점이 결국 '북미관계 개선'에 잇닿아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단기적 국면전환을 위한 전술적 의도를 넘어서 자신들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큰 틀을 바꾸려는 '전략적'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여 왔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이처럼 대외관계 방향의 대전환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주력 수출품 차단, 외교관계 축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강도가 과거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높아진 점이 우선 거론된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과의 담판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핵무력 완성으로 확실한 카드를 가졌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미 협상을 대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이런 토대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 측의 통 큰 조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종국적 목표는 '북미관계 정상화', 즉 북미관계의 적대적 성격을 바꾸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수교나 한반도 평화체제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이른바 '안보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 한미동맹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제안에는 최고지도자 간의 정치적 의지 교환을 통해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북미 2·29 합의 등 그동안 미국과 한 합의들이 모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최고지도부의 재가를 받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졌다가 깨어진 경험을 고려했을 수 있다.

아울러 대선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사업가적인 기질을 김 위원장이 고려했을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그야말로 통 큰 결단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모든 공은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북한은 앞으로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질 대외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해 체제 결속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조성렬 위원은 "김정은이 이제 트럼프를 맞상대하는 세계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