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일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맨 왼쪽)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 5~6일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맨 왼쪽)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선 한·미 훈련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선 한·미 훈련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농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에게 한·미 훈련에 전략자산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달 재개되는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진정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1일 연합훈련 시작”

미 NBC와 CNN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한·미 군사당국이 평창올림픽 때문에 늦춘 독수리 훈련을 오는 31일(한국시간 4월1일)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독수리 훈련은 한·미 군이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움직이는 야외 기동연습으로 31일부터 5월까지 진행된다. 키리졸브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연습으로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이어진다고 NBC 등은 전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강화한 2016년부터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규모를 확대했다. 2015년 독수리 훈련에 3700명의 미군 병력이 참가했으나 2016년에 1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독수리 훈련에는 미군 1만여 명이 참가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기간에 핵추진 항공모함, 장거리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대거 출격시켰다.

하지만 올해엔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먼저 매년 3~4월 열리던 독수리 훈련 및 키리졸브 연습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했고 훈련 규모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5일 대북 특별사절단에 “한·미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미군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면 회담 분위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 로건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이날 “한·미 훈련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평창패럴림픽 이후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연합훈련 때 핵잠수함 필요 없어”

송 장관은 8일 방한 중인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대장)에게 한·미 훈련 때 핵추진잠수함이나 확장억제 전력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의 이런 발언이 위로와 농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 규모나 수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송 장관은 스위프트 사령관에게 “오는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이 계속될 텐데 확장억제전력이라든지 원자력잠수함 같은 것들을 사령관으로 계실 때까지는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이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자 송 장관은 “아니, 한반도에 오지 않고…”라고 응수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미 훈련 규모를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한·미 훈련에 대해 괜찮다고 한 만큼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해도 북한의 압력을 받아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