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댓글수사 축소·세월호 관련 위기지침 수정 등 혐의
지난해 11월 석방 이후 재구속 위기 모면
법원, 김관진 영장기각 "다툼 여지"… 검찰 "납득 어려워" 반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 100여일 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를 맞았지만 일단 피해갔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과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허 부장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 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2013년∼2014년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수사하던 국방부 직속 조사본부에 '대선개입은 없었다'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등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후속 대응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 종합 컨트롤타워'라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내용을 무단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및 직권남용)도 있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11일 구속됐다가 11일 만인 22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풀려난 바 있다.

검찰과 군 검찰이 2013~2014년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개입된 정황을 발견함에 따라 그는 다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이 당시 청와대에서 관련 회의를 연 이후 수사 방향이 바뀐 정황을 포착한 만큼 향후 수사는 '윗선'의 지시·공모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이날 기각되면서 검찰은 일단 수사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대해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축소 방침을 지시한 사실이 관계자 진술 등 증거로 명백히 인정되고, 지시를 받고 수사를 축소한 부하 장성 등 다수가 구속됐음에도 김 전 장관은 거짓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자행한 것"이라며 "영장을 기각한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피의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해 향후에도 더욱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