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의에 미 주요신문 사설, 이념성향에 정확히 비례하는 반응
NYT, WP "트럼프행정부 준비 안됐다" 우려…WSJ "보상은 비핵화 후에나"


"마침내 대화의 기회가 열린 것 같다.

트럼프행정부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뉴욕 타임스)
"북한의 목표가 단기적, 전술적일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워싱턴 포스트)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하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무제한 사찰을 허용한 후에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월스트리트저널)
"북미대화 기회 잡아야"에서부터 "이미 본 외교영화"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통해 전해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미국의 주요신문들은 6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각각 진보, 중도, 보수 성향에 정확히 비례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뉴욕 타임스는 "오랜 세월의 불신과 실패한 협상의 쓰라림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낙관은 금물'을 전제했지만 "평화의 희망은 그것이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전쟁의 위협보다 환영할 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체제 안전보장과 핵 프로그램을 교환하겠다는 등의 북한 입장이 한국 특사단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후 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올림픽 활용이 트럼프행정부가 추구해온 북한의 약속을 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은 "전쟁만은 안 된다는 한국의 결의, 전쟁도 고려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궤멸적인 대북 제재 등 많은 것들이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며 "이를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4월 남북 정상회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즉각적인 제재완화 등의 조건을 내걸지 않았으나 "앞으로 이들 조건과 다른 조건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보고, 미국의 "대화 전략을 이끌고 갈 체제가 구비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주한 미국 대사의 부재, 국무부 외교 인력 솎아내기,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 등을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 김정은의 입장 변화를 "일견 외교적 돌파구"라고 말하고 이를 북한이 직접 확인해주면 "트럼프행정부의 최대 압박이 거둔 성공"일 것이며, "그동안 필요했던 한반도 긴장 완화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대화 준비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제 제재완화,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보상, 한미 동맹 균열 등을 목적으로 한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차원일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그렇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하며 "대화가 핵·미사일 시험의 지속적 중단만 가져오더라도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성급하게 풀지 않으면서도" 이런 핵·미사일 시험의 동결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미국의 과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뉴욕 타임스와 마찬가지로, 주한 미 대사의 부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대행 체제, 조셉 윤의 은퇴 등을 들며 미국이 이런 외교 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분명치 않다고 우려했다.

현시점에서 우선할 것은 이들 자리를 노련한 외교관들로 채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당분간은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가운데 김정은과 협상할 진지하고 실용적인 전략을 개발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신문은 트럼프행정부에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핵을 포기하는 협상은 없다던 북한의 입장 변화를 "뉴스"정도로 다소 평가절하했다.

"이미 이전에도 봐온 (시간벌기용) 외교영화"라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의 입장 변화가 정말이라면 트럼프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정책이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만큼 위험스럽지도 불안정을 부르지도 않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 신문 역시 대북 핵 협상의 역사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 의사가 진지한지에 회의를 표시하면서 이번 제의도 "먼저 핵·미사일 위협을 키운 후 한국에 비둘기파 정부가 들어서면 내놓는 낯익은 북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행정부가 "얼마간의 (북미) 관계 정상화를 주는 대신 부분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이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북한이 잔존 핵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지 않도록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문은 "미국과 유엔은 대화 도중에도 제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 역시 이 전략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한국의 이탈 가능성을 경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은 따르지 말아야 할 선례"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