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폭행 의혹 내사 착수… 참담하게 끝난 '안희정 정치인생'
경찰이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 내사에 들어갔다. 안 전 지사는 여권 내 유력 차기 대선주자에서 한순간에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추락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6일 “충남지방경찰청이 언론에 공개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를 인지수사하기로 했다”며 “일단 내사를 벌인 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충남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담당할 계획이다.

전날 안 전 지사의 비서인 김지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네 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지난해 6월부터 일어났다면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이후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 고소 없이 자체적으로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피해자의 폭로만 있을 뿐 구체적인 혐의가 특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수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충남경찰청은 이날 김씨와 접촉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접촉이 되는 대로 김씨로부터 언론에 보도된 텔레그램 메시지 등 증거를 제출받아 조사할 계획이다.

사건관계인의 주 활동지와 거주지가 충남 지역이라 충남경찰청이 내사를 맡지만 향후 수사로 전환되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의 거주지가 서울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위스와 러시아 출장 중 성폭행 의혹을 비롯해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 있었는지가 주요 확인 사항”이라며 “인지수사 중 검찰에 김씨 측의 고소장이 접수되면 검찰과 협의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수사 지휘를 할지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 ‘합리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던 안 전 지사는 이번 성폭행 의혹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무대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것과 동시에 사법처리 위기에 처했다. 1989년 김덕룡 통일민주당 의원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30년 정치 역정을 오욕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안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친노 그룹 핵심 실세로 꼽혔으나 노무현 정부 때 대선 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스스로 ‘폐족’을 자처했던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2014년 재선 이후 차세대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면서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으나 불과 8개월여 만에 급추락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성폭행 피의자라는 꼬리표가 남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윤리심판원회의를 열어 안 전 충남지사를 제명(당적 박탈)했다.

이현진/김형호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