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사라진 ‘도지사 의자’ > 홍성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6일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안 전 지사는 6급 여직원 성폭행 의혹 폭로가 나오자 이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
< 안희정 사라진 ‘도지사 의자’ > 홍성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6일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안 전 지사는 6급 여직원 성폭행 의혹 폭로가 나오자 이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6·13 지방선거’의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 후보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모든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초대형 악재가 민주당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전·충남 경선에 변수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을 통해 “이 시점부터 도지사 예비후보로서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며 “어떻게 해야 충남도민께 사죄드릴 수 있을지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2011년 안 지사 후보 시절 캠프 수장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안 지사의 ‘분신’이란 말까지 들었다. 그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인 복기왕 전 아산시장도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민주당 충남지사 경선 3인방 중 나머지 한 명인 양승조 의원 역시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사태 파악에 주력했다.

정치권에서는 충청권 대표 주자로 거론되던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대전·충남 지방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안희정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선거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지역의 대표적 친안계 인사로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은 이날 정책보고회를 전격 취소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추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3일과 이달 5일 미투를 폭로한 게시자는 “본인은 충북도청 공무원”이라며 ‘진실입니다’란 제목의 세 번째 글을 올렸다. 당사자로 지목된 우건도 민주당 충주시장 예비후보는 자신을 음해하려는 악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선 첫 번째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보좌관이 처음으로 면직 처리됐다. 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 가해 당사자가 저희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보좌진을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보좌관은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직장 후배인 비서관에게 “뽀뽀해달라”고 하거나 상습적인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미투 파장에 촉각

여야는 정치권으로 불어닥친 미투가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는 국회의원과 일부 보좌관이 인사의 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최근 폭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통상 선거 기간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흑색선전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미투 운동 분위기를 타고 당 내부에서 폭로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 전 지사 사태로 시작해 정치권 미투 운동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최근 미투가 대부분 민주당과 연관된 것이어서 지방선거 표심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지방선거전 초반부터 공세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6월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만한 매머드급 변수”라며 “과거 ‘성누리당’에서 시작해 홍준표 대표의 ‘발정제 발언’으로 한국당이 성 도덕적으로 비판받았지만 이제는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피장파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일단 “성폭행범을 대권주자로 내세워 30년 장기집권을 꿈꿨느냐”며 공세를 펴고 있지만 자신들도 미투의 안전지대가 아닐지 모른다는 점은 부담이다. 옛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전여옥 작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의도에는 수많은 안희정이 있다”며 “안희정을 뛰어넘는 ‘프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야당도 미투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