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낮춘 전직 국회의원들… '알짜' 기초단체장 출마 러시
전직 국회의원들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급 기초단체장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은 광역단체장급에는 출마해야 한다는 관례를 깨고 ‘알짜배기 시장’에 도전하는 하향 지원 추세가 두드러진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이면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기초단체장이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지난달 28일 성남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수도권 주요 도시 시장에 도전하는 전직 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은 비서관은 19대 국회에서 노동문제 전문가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전직 의원이다.

체급 낮춘 전직 국회의원들… '알짜' 기초단체장 출마 러시
이재명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로 공석이 되는 성남은 민주당이 수성의지가 어느 곳보다 강한 지역이다. 지난해 재정자립도 전국 8위, 연간 예산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기초단체로 꼽힌다. 이 시장 측은 “시민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느냐가 수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염태영 시장이 3선에 도전하는 수원에서는 같은 당 소속 이기우 전 의원이 도전한다. 염 시장과 경기부지사를 지낸 이 전 의원 간 당내 격돌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용남 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육군대장 출신으로 19대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백군기 전 의원은 용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선 의원 출신인 정장선 전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지역구였던 평택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선채비에 돌입했다. 평택은 인구 100만 명 도시에는 속하지 않지만 여야 후보 10여 명이 난립하고 있어 어느 곳보다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김만수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천시장에는 한국당 이사철, 차명진 전 의원이 민주당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전직 의원들의 ‘하향 지원’은 안상수 창원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기초단체장 변신에 성공한 전직 의원들의 성공사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00만 명이 넘는 도시들은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탄탄해서 단체장의 철학을 정책으로 반영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에서 전직 의원들의 선호가 높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