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이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은 수많은 독립투사가 투옥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항일정신을 상징하는 장소 선택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동반 입장, 독립선언문 낭독도 눈길을 끌었다. 해금 연주와 무용이 어우러진 ‘초혼 퍼포먼스’ 등으로 이어진 기념식은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하게 했다.

정형화된 정부 행사의 틀을 벗어나 3·1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시민과 공유·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준비하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이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기념식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3·1 만세 운동을 재현한 도보 행진이었다. 검은색과 흰색 두루마기 차림의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태극기를 흔들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정문에서 독립문까지 약 400m를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어린이들이 든 대형 태극기 앞에 서서 행진을 이끌었으며, 그 뒤로 유관순 열사, 백범 김구 선생, 도산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초상과 ‘자주독립’ ‘독립만세’ 등의 문구가 적힌 만장이 뒤따랐다. 독립문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와 시민들은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김숙자 3·1 여성동지회장의 선창에 맞춰 “만세”를 삼창했다.

이에 앞서 기념식은 별도의 사회자 없이 배우 신현준 씨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박유철 광복회장, 독립운동가 후손 김세린·강충만 학생, 성우 강규리 씨, 독립운동가 후손 오기연 학생, 배우 안재욱 씨가 차례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신현준 씨가 김소월 시인의 시 ‘초혼’을 낭독한 뒤 국악인 왕기천 씨가 해금 연주에 맞춰 북쪽을 향해 ‘순국선열 복’이라고 세 번 부르고 천을 하늘로 던지는 ‘초혼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 의장대가 독립운동 당시 사용한 여섯 종류의 태극기를 들고 무대 위에 도열하자 독립운동가 후손 5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강우규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김상옥 나석주 이봉창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불렀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최초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의열단 활동을 한 박차정 열사, 독립자금을 마련한 정정화 의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