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내세운 일부 의원 반발에 당 일각선 소통부재 지적도
나경원 "원내대표들이 흥정"…여야 합의에 재차 불만 표시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및 의원정수 조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야 지도부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소속 의원들의 반발로 시간 내 처리되지 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되는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에 차질이 우려되는 등 선거구 획정 무산에 따른 후폭풍과 비난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원내 협상 상황을 알리고 설득하려는 소통 노력이 부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부터 지도부의 합의 내용에 대해 당내가 아닌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에 대한 비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개특위는 항상 정치적인 합의였는데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새벽 국회의장실에서 '5일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에 합의한 이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께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원내대표의 '원칙적인 이야기' 언급은 자당 소속의 김재경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위원장이 소위 직후 전체회의를 1시간 넘게 열지 않은 데다 안상수·나경원 의원이 소위를 통과한 안에 대해 '원칙'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리를 지연시킨 데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선거구 획정 처리 불발에 '당혹'
원내 핵심관계자는 "당 입장에서는 어제 하루 잘 싸우고도 모양새가 안 좋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간사들 간에 합의가 됐으면 위원장한테도 보고가 돼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어서 김 위원장의 마음이 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전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나경원 의원은 이날도 라디오 인터뷰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야 합의에 문제를 제기했다.

나 의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구증감 원칙에 따르면 최소 4석, 최대 17석 이상 늘어나면 안 되는데 어제 느닷없이 27석이 늘어서 온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쟁점법안, 쟁점 사안들은 전부 다 원내대표들이 들고가서 흥정하잖아요"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당초 헌정특위에서 민주당은 26명, 한국당에서는 17명 증원을 각각 주장했는데 여야 지도부 간 합의에서 사실상 민주당의 안대로 27명이 증원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도 선거구 획정 무산 책임론과 관련해 "헌정특위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칙 없는 증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던져진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며 "중요한 사안을 상임위나 특위의 논의내용 및 절차에 따르기보다 지도부 간 '여야 합의'라는 이름으로 거래하듯 처리하는 국회의 고질적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몇 번이고 반복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 의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칙을 따지려면 소위 논의에서 따졌어야지, 소위 위원이 소위에서 통과시킨 안을 들고 전체회의에서 원칙을 따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도부가 여당과 협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소속 의원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대승적으로 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지 못한 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안상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한국당 안상수 나경원 의원 두 사람 때문에 293명 의원 전원이 무기한 대기했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선거법 개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불합리한 시·도의원 정수 확대와 국회의원 지역 이기주의로 인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후보자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이 의심되는 사례에 기인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안 의원은 "표창원 의원이 선거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저의 개인적 일탈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사과를 포함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