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 나선 정부, 4월 한미연합훈련 이전 북미대화 성사에 총력
김정은, '귀환 김영철' 보고받고 향후 대미·대남 행보 검토할듯
앞으로 한 달이 '골든타임'… 3월엔 북미 마주 앉을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두 차례의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으로 남북이 비핵화에 대한 1차적인 의중 탐색을 마무리하면서 관심은 그간 현격한 입장차를 보여온 북미 간 대화가 성사될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4월 초에는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 온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3월 한 달이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낼 '골든타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귀환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방남 결과를 상세히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의 잇단 회동을 통해 파악한 미국 측의 의중과 우리 정부의 중재 의지 등이 보고 내용의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11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방남했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도 김 위원장에 대한 방남보고 과정을 거쳤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강령적 지시'를 내린 것으로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검토하며 향후 행보를 숙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국면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같은 조치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미국과의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없이는 비핵화 논의는 없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과 기싸움을 이어갈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앞으로 한 달이 '골든타임'… 3월엔 북미 마주 앉을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대화의 문을 닫아둔 상황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우리는 적절한 조건 하에서만 (북한과)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적절한 조건'에 대한 질문에 "우리의 조건은 비핵화"라며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방남기간에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미국도 이후 북한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절한 조건' 언급 역시 북한을 좀 더 압박해 유리한 고지에서 대화를 시작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매' 역할을 자처한 우리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북미를 마주앉게 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내달 18일까지인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마치고 나서 한미연합훈련이 4월에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3월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북미대화의 상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내의 인식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방미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동이 성사되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 장관은 틸러슨 장관을 만나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 기간에 파악된 북측의 의중을 전달하고 북미대화에 진전된 입장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 대해서도 정부는 추가 고위급회담이나 필요하다면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미국과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오라는 설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서 모라토리엄, 핵미사일시험 중지 정도는 해줘야 대화 모멘텀이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