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례적 비핵화 논의…남북관계 협의 내용은 공개안돼
4월 한미연합훈련이 고비…北대표단과 관련 논의했을 가능성
'평창 이후' 한반도정세는… 연결고리된 '김영철 방남'
남북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25∼27일에 걸친 방남을 계기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외교부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부처의 고위당국자들이 대거 나서 수차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동했다.

외부로 알려진 김영철 일행의 일정은 방남 첫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만찬, 둘째 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의 오찬, 셋째 날 조명균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의 조찬 등이다.

공개된 것만 조 장관은 최소 두 차례, 서훈 원장도 첫날 문 대통령과의 만남 때 배석했던 것을 포함해 최소 두 차례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났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26일 온종일 숙소인 워커힐호텔에서 머물면서 남측과 수시로 비공개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져 횟수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커힐호텔에 사실상 남북회담장이 꾸려진 셈이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남통으로 의제가 남북관계에 한정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공개된 논의내용은 오히려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집중됐다.

김 부위원장은 방남 첫날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26일 정의용 실장과 오찬을 할 때도 별다른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은 채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이 향후 북미대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대표단에 북미관계와 핵 문제를 다뤄왔던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포함됐고, 우리 측에선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정의용 실장의 오찬에 배석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북한은 남측을 향해 '핵문제 논의에는 빠져라'고 주장해 온 터라 남북 간에 비핵화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으로, 북미대화의 실현 여부 등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큰 변곡점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에는 한국과는 비핵화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입장에 변화가 보인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협의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내용 외에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으로 구성된 개회식 고위급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하는 등 '남북관계', 김영철 부위원장 등 폐회식 고위급대표단은 '북미관계'로 각각 역할분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남북 간 입장차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서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방남 결과를 상세히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평창 이후'에도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계속 노력하기로 한 만큼 지금의 대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민간교류가 본격화할 수 있고 2차 고위급회담이나 군사 당국회담 등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4월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연합훈련에 맞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한반도 정세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이번 김영철 방남을 계기로 한 회동에서 연합훈련 문제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중국이 추진해 온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안에 미국이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남북간 논의 내용이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