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파견한 고위급대표단에 외무성 내 대미(對美) 외교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되면서 이번 방문 기간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미는 서로를 향한 비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실무 인사 간 탐색전 성격의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미는 한국 방문 기간 표면적으로는 접촉을 부인하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평창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접촉할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북한 인사들과 접촉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그것은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도 25일 오전 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비난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어서 접촉 가능성은 남아 있어 보인다.

북·미 접촉이 이뤄진다면 북측의 최강일과 방한 중인 미국 정부 대표단에 포함된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각각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강일은 과거 6자회담의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 등과 관련한 실무그룹에 참가한 북한 외무성 내 핵문제 및 북·미 관계 등에 정통한 관료다. 후커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의 실무담당자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 공식적인 고위급 대화보다는 실무적 차원에서 물밑 대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급을 맞춰 인사를 파견한 건 올림픽 기간 한국 중재를 통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직접 대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에 대해선 “북한이 최근 조선신보에서 남북 대화 동안 도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을 당국 차원에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며 “이번에 만나면 이런 부분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