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이 통일대교를 넘어오면 차에 뛰어들어서라도 막고 싶었는데, 몰래 빠져나갔다니 허탈하네요.”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위해 25일 방한한 데 대해 천안함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유족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직접 찾아가 ‘육탄 방어’에 동참했다.

이날 통일대교를 찾은 천안함 유족과 시민들은 김 부위원장이 우회해 서울로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최소한 이곳에서 사과는 받고 보냈어야 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통일대교를 찾은 한 시민은 “아무리 통일대교가 막혀 있다 하더라도 군사도로인 ‘전진교’를 통해 지나간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통일대교 앞을 지킨 고(故) 민평기 상사의 형 민광기 씨(47)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고 희생한 사람의 명예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데 천안함 폭침 원흉이 이쪽으로 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분통이 터지고 열불이 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민씨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처럼 속 빈 강정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김영철이 사과 한마디 없이 대한민국 땅을 밟으면 이 땅에 계속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것 같다”고도 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30여 명은 지난 24일에 이어 이날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촉구하며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 부위원장 방문이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민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28)는 “갑작스러운 김 부위원장 방문으로 올림픽이 잘 마무리될지 걱정”이라며 “정치적인 이슈로 평창올림픽이 자꾸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져 아쉽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