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항의에 김성태 "자 때리세요", "국회 경호원 부르겠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3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위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를 놓고 파행을 거듭했다.
운영위 '김영철 방남'-'임종석 출석' 공방 파행…진흙탕 설전
운영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운영위 회의에서 임 실장 출석을 요구하며 회의 시작 10분 만에 회의를 기습 정회한 데 이어 오후 4시 속개한 회의에서도 임 실장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5분 만에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양측 간에 고성과 실랑이가 오갔다.

김 원내대표는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 실장을 비롯한 간부를 부르지 못하는 것은 국회가 아니다.

언제까지 청와대는 치외법권적 권력기관으로서 군림해야 하는 것이냐"며 청와대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또 "양당 간사의 요청에 따라 위원장으로서 임 실장과 직접 통화하려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국회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여기는 그런 비서실장에게 언제까지 우리 국회는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부르지도 못하는 기관으로 남겨둬야 하느냐"고 했다.

오후 회의 시작 당시 참석하지 않았다가 도중에 입장한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금 뭐하는 것이냐", "안건을 처리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위원장석까지 나가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김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겁박하는 겁니까.

자 때리세요"라고 자극하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천안함 46용사가 여러분 자식들이어서 수장됐다면 여러분들이 이럴 수 있느냐"며 쏘아붙인 뒤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를 볼모로 이런 짓을 하느냐", "운영위원장 사퇴 촉구안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거센 항의를 이어갔고,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 최고위원회가 아니지 않느냐"며 의사일정대로 회의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김 원내대표가 자리를 떠나자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상습적 국회 파행의 장본인 김 위원장의 자중자애를 요청한다"며 "여야 협력의 구심점이자 가장 모범적 상임위원장이 돼야 할 원내대표가 3일 연속으로 국회 파행의 주역으로 우뚝 섰으니 국회 신기록 보유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운영위원 일동은 일련의 비상식적 독선적 의사진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법안심사 등 국회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데 대해 국민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여야관계를 생산적으로 이끌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장발표 직후 다시 입장해 회의를 속개한 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일정 합의를 포기하시는 거냐"며 "다음 주 월요일 오후 3시에 청와대를 상대로 하는 긴급현안질의와 법안처리를 같이 하겠다"고 밝히며 산회를 선포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법안처리'를 연호했고, 김 원내대표는 "이렇게 하면 경호원을 부르겠습니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양측의 신경전 속에 운영위는 결국 오후 속개 40분도 못돼 최종 산회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별도 간담회를 통해 "운영위에 회부된 17건의 법안 중 민생관련법은 한 건도 없다"며 "김영철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국회가 질의하는 게 관례인데 왜 긴급현안 질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냐"며 민주당을 거듭 비판했다.

자신이 발의한 '해외 건설인의 날' 제정 결의안 처리를 민주당이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우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꼭 필요로 하는 법안을 합의해주지 않는다고, '김 원내대표가 관심 가진 법은 일체 해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운영위는 애초 이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17건의 안건 처리를 위해 소집됐지만, 여야의 정치 공방에 밀려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