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준비기일서 변호인 "유죄심증 갖게 해"…檢 "사용처는 범행구조 이해에 필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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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6억5천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첫 재판 절차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도덕적 타락상을 적어 공평한 재판에 앞서 예단을 갖게 했다"며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기소된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을 적어놓아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갖게 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이어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선 재판부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인 정원일(54·사법연수원 31기), 김수연(32·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가 참석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에 '문고리 3인방'을 적어 대통령이 이들의 실세로 인해 눈·귀가 가려져 국정농단을 당한 것처럼 평가절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이 수수했는지가 중요 쟁점인데 심리 판단에 앞서 그 돈을 이미 받은 것을 전제로 사용처를 적시해 예단을 형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증거 조사 과정을 통해 증명해야 할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해 놓고 재판 절차에 앞서 미리 제시해 유죄라는 예단을 갖게 만든다는 취지다.

이어 "듣기 부끄럽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을 언급하며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기치료, 의상비 등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적고, 각주에 강조 표현을 사용해 타락한 도덕성을 부각했다"고도 비판했다.

검찰 측은 "'문고리 3인방'은 검찰이 만든 용어가 아니라 일반인에 널리 알려진 것"이라며 "문고리 3인방이 돈을 받은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동일하다는 점을 기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타락한 도덕성을 부각한 것이 아니라 금품수수의 동기와 목적, 사용처는 전체 범행구조를 이해하는데 필수요소"라고 맞섰다.

변호인 측은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은 박 전 대통령과 아직 접견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4일 기소됐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매월 5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이원종 청와대 당시 비서실장에게 지원하게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추가 기소된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의 불법 관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밀접하게 관련이 된다"며 기일을 함께 지정해 우선 내용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