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상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 실시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1일 밝혔다. 아베 총리는 “평창올림픽 이후가 고비”라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와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한·미 군사훈련 연기 불가 발언에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주권에 관한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 발언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 가려는 정부 구상과 배치되기 때문에 정면 반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 정부로선 연합훈련 당사국이 아닌 일본이 해당 문제를 거론한 것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본으로선 한·미·일 3각 군사공조를 강조하려고 말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이번에 한·일 양국 정상 모두 표현이 너무 지나쳤고,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게 사전 조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에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아직까지 연기된 훈련 일정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