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바우어 용품 다수 사용…스포츠 등 사치품은 2년전부터 수입금지
제재 시달린 북한 하키선수들, 미국용품 사용 논란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스포츠 선수들이 수입이 금지된 외국산 제품을 버젓이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사진을 근거로 북한 선수들이 어떻게 미국에 본사를 둔 '바우어 하키' 사(社)의 용품을 그렇게 많이 착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은 바우어 사의 스틱, 헬멧, 골키퍼패드, 글러브를 다수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브랜드인 'CCM 하키'의 스틱을 든 선수도 있었다.

이런 광경은 "미국놈들"이라는 과격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미국과 '말의 전쟁'을 벌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제재 시달린 북한 하키선수들, 미국용품 사용 논란
그보다 더 큰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에 대한 무역 제재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 유엔이 북한 지배계층을 겨냥해 사치품 수입 제재를 가한 이후 북한으로의 스포츠 용품 수출도 함께 금지됐다.

레크리에이션 목적의 제품도 사치품 수입금지 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주의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입 금지를 해제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유엔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 선수들이 사용하는 아이스하키 용품은 사치품 수입 제재가 시행된 2016년 3월 이전에 구입했을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이스하키 스틱의 경우 1년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바우어 측은 WP의 문의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대북제재에 구멍이 많다는 사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직결된 제품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제재망을 피해 원유, 석탄, 전자제품 등을 수출입한 사레가 최근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코리아리스크그룹의 설립자 채드 오캐럴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바우어를 사용한다"면서 "그러나 유엔과 미국의 현행 제재는 특히 미국산 스포츠 제품의 수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