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과 만날 의향없어"…'대북 압박계속'에 반발 성격도
통남봉미?…제재 흔들기와 맞물려 '한미 갈라놓기' 전략 지적도
평창 '펜스-김영남 접촉' 어려워지나… 北, 가능성 일단 일축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대화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던 차에 북한에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는 북미 간에 대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으로도 읽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평창 올림픽 참석 계기에 이뤄질 수 있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던 미국은 최근에는 "지켜보자"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날 언급은 북미대화를 둘러싼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반응은 미국이 대북 압박의 강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참석차 방한하는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만약 북한 측 관리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던 내용과 같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미국과 대화를 해봤자 제재 완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하고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올림픽 기간 북미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은 원했는데 미국이 거절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분명 대화할 뜻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 구걸하는 형태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대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에 대한 반응"이라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대화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

미국이 먼저 요구하면 모를까'라는 생각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9∼11일 방남을 계기로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가능성을 닫을 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만날 생각이 아예 없다면 더 강한 톤과 급에서 밝혔을 것 같다"면서 "결국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창 이후'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형 교수는 "우리가 미국과 북한을 중재자로 따로 만나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와 관계개선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미국에 대해선 대화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른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이 노골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만경봉 92호를 통한 방남으로 5·24조치를 흔든 데 이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자인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해 한국이 미국 등 국제 사회에 '제재 예외'를 요청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남봉미' 전략과 '제재 무력화' 카드를 함께 빼 들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