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4·화성-15 등 기존 전략미사일 등장…신형 전략무기는 안나와
軍 "작년보다 '내용구성' 축소" 평가…평창 고려 수위조절 관측
북한 '건군절' 열병식… "우리 존엄 0.001㎜도 침해 못하게 해야"
북한이 8일 이른바 '건군'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과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실황을 서울시간 오후 5시 30분께부터 약 1시간 45분간 녹화 중계했다.

중앙TV가 공개한 열병식 화면에는 북한이 지난해 7월 두 차례 시험발사한 '화성-14'형과 지난해 11월 시험발사한 '화성-15'형 등 기존에 공개됐던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이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을 확보했다며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바 있다.

북한이 전력화를 선언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고체연료를 쓰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도 등장했다.

이밖에 북한은 300㎜ 신형 방사포, 240㎜ 방사포, 122㎜ 방사포, 단거리 지대공 무기 등 여러 종류의 재래식 무기를 열병식에 등장시켰다.

또 병력 1만3천여명과 민간인 등 모두 5만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105번째 생일에 개최된 열병식 때와 달리, 이날 중앙TV를 통해 대외에 공개된 열병식 화면에는 기존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신형 전략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등장하지 않았다.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되, 이제까지 공개한 주요 전략무기를 다시 등장시켜 이미 확보한 핵·미사일 능력을 다시금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건군절' 열병식… "우리 존엄 0.001㎜도 침해 못하게 해야"
올해 열병식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지난해 열병식보다 길이도 짧아지고 전체적인 구성도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의 한 소식통은 "북한 열병식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어간까지 약 1시간 30∼40분간 진행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작년 열병식보다 '내용구성'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진행한 열병식을 대부분 중앙TV로 생중계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생중계 대신 녹화 중계를 택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직접 육성 연설에 나서 미국과의 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인민군대는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며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이나 '핵무력'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북한 '건군절' 열병식… "우리 존엄 0.001㎜도 침해 못하게 해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및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우리 측 방문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열병식을 통한 대외 군사적 위협 강도를 어느 정도 '수위조절'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전군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고 당의 명령 지시 하에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혁명적 군풍을 확립하며 모든 군사사업을 당의 노선과 정책에 입각하여 조직 진행해 나가야 한다"며 군(軍)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열병식은 북한이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로 군 창건일, 즉 '건군절'을 변경한 뒤 처음 열린 건군절 기념 열병식이다.

북한은 1948년 2월 8일 정규군을 창설했고 이날을 원래 건군절로 기념했지만, 1978년부터는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로 바꿨다.

그러다 지난달에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다시 2월 8일로 건군절을 변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