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영남·김여정과 10일 오찬… '김정은 메시지' 들고올까 관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사진)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남한을 방문한다. 우리 정부는 북 대표단에 정상급 의전과 경호를 제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들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김여정의 2박3일 방남 행보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일 전용기로 평양에서 출발한 뒤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1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북한 전용기는 인천공항에 대기하지 않고 돌아갔다가 11일 오후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올 예정이다. 대표단에는 김여정을 비롯해 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지원 인원 18명 등 총 22명이 포함됐다.

북한 대표단이 육로가 아니라 서해 직항로를 이용하면서 2015년 10월 이후 2년여간 끊겼던 서해 직항로도 다시 열리게 됐다.

북 대표단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정부 관계자와 환담 후 곧바로 강원 평창으로 갈 예정이다. 오후 8시 평창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열리는 정상급 리셉션에는 단장인 김영남 위원장만 참석한다. 국가수반만 참석 대상으로 하는 만큼 나머지 대표단은 제외된다. 이어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일행과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번 방문에서 김여정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사다.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실질적인 2인자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김정은의 메시지를 갖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접견·오찬 장소와 관련해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의 이동수단·숙소에 대해서도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회동 명칭에 대해 “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의전은 정상급이지만 통상적으로 접견·면담과 같은 용어를 쓰고 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김정은 전세기 타고 방남

북 대표단은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스위스와 펼치는 경기를 참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기엔 남북이 공동으로 응원전을 펼친다.

김정은의 전용기는 제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대표단 일행이 고려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우리 정부의 금융 제재 대상이자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측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용해, 황병서, 김양건 등 북한 3인방이 참석했을 때도 김정은의 전용기를 이용했다. 다만 대표단이 타고 오는 전용기가 김정은의 전용기인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최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가 일시 면제될지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인 카렐 판 오스테롬 주유엔 네덜란드 대사는 7일(현지시간) 회원국에 최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9일 오전 5시)까지 답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