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8~10일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9일 개막식 전 서울에서 탈북민들과 만나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방한에서 북한의 평화공세를 차단하고 ‘안보’와 ‘인권’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민은 “펜스 부통령이 9일 탈북민 5명과 간담회를 열 것이라는 연락을 서울 주재 미 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CNN 등도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들과 함께 평택 2함대에 있는 천안함 기념관과 평택 주한미군 기지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인 펜스 부통령은 남북 분단 문제에 매우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거쳐 8일 서울에 도착하는 펜스 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및 만찬을 한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펜스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에어포스2를 타고 출국했다. 펜스 부통령과 부인 캐런 여사는 이날 경유지인 알래스카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미 북부사령부 미사일방어(MD) 관련 브리핑을 듣고, 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알래스카 기지 운용을 참관했다.

펜스 부통령은 참관 후 기자들에게 북·미 대화 가능성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하지만 나는 어떤 면담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펜스 부통령은 다만 “만남이 성사돼도 북한을 향한 미국의 ‘비핵화’ 메시지는 동일하다”며 “북한은 반드시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회식 테이프 커팅을 위해) 단순히 리본을 자르러 가야 한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은 북한 정권이 올림픽 전에, 그리고 올림픽 기간에 미디어를 통해 시도하는 어떤 선전 전술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 간 정책 차이가 있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러드 에이전 부통령실 공보국장은 “북한을 겨냥한 ‘최대한 압박’ 전략을 강화하고,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는 것을 막는 등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부통령들이 의례적으로 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통령이 단순히 리본을 자르러 가야 한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시급히 정신 병동에 가두어야 할 미치광이’란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이른바 ‘코피 전략’을 거론하며 “그 무슨 코피 정도가 아니라 이 땅의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는 순간 트럼프 자신의 사등뼈(척추뼈)가 부러지고 아메리카 제국이 지옥으로 화하면서 가뜩이나 짧은 미국의 역사가 영영 끝장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9~11일 방한하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정상급 의전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아/김기만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