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마이크 펜스 美 부통령, 김영남 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마이크 펜스 美 부통령, 김영남 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북한이 헌법상 국가 행정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오는 9~11일 파견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올림픽 개막식인 9일을 기점으로 ‘평창 이후’를 대비한 남북, 북·미 대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8~10일 미국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에서 북한과는 어떤 형태의 접촉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펜스-김영남’의 접촉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진다면 북·미 관계 변화에 새로운 기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靑 “김영남 방문 환영”

청와대는 5일 김영남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문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상 행정 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지금껏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라며 “김 상임위원장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됐고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김 상임위원장 방문이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회동 계획과 관련해선 “다양한 소통 기회를 준비해나가고 있다”며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만날 것인지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개회식에 앞서 열리는 공식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또는 평창에서 단독 접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이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가장 고위급 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더 실권이 있다고 해도 이 무대의 성격은 남북 간 긴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외교적이고 격식을 갖춰 논의하는 장”이라며 “처음으로 수인사하고 올림픽 후에도 평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상임위원장 방문이 격에 걸맞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정상회담’으로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방북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남북 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안다”며 “어떻게 이름을 붙일지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펜스, 대북 강경 기조 고수

펜스 부통령의 보좌관 중 한 명은 4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것은 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임을 세상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북측 대표단이 펜스 부통령 일행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펜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북·미 대화에) 소극적이고, 지금까지 해온 압박과 제재를 계속한다는 자세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아 (북·미 대화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닫아놓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소망이라 해도 당사자 의지에 반해서 무엇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노력할 수는 있겠으나 직접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北 고위급 대표 ‘미공개 3명’은

김영남을 제외한 나머지 북한 고위급 대표단 3명이 누구일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90세인 김 상임위원장은 수십 년간 대외적으로 ‘북한의 얼굴’로 활약한 만큼, 김정은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체제의 실질적 2인자 격인 최용해 부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이미아/손성태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