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대신 '동행'… 경비원 손잡아준 서울 상생 아파트

성북구 동아에코빌…용역 계약서에 '인력 교체 금지' 상생 조항 삽입

최저임금 7천원대 시대를 맞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고용 불안이 나타나는 가운데, 용역 계약서에 아예 '고용 보장'을 명시적으로 못 박은 상생 아파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은 지난해 위탁 업체와 경비원 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이 같은 내용의 '동행 조항'을 넣었다.

계약서는 '갑을'(甲乙)이라는 용어 대신 아파트와 경비원이 함께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동행'(同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용역 계약서는 ▲ 현재 근무하는 경비원 17명을 모두 고용할 것 ▲ 경비원의 급여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급한 급여와 동일하게 지급할 것 ▲ 급여를 연체하지 말 것 ▲ 경비원 인력을 입주자대표회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교체하지 말 것 ▲ 경비원이 쉬는 시간 이용할 수 있는 휴게장소를 제공할 것을 규정했다.

15개 동 1천253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이 같은 상생 계약서를 통해 아파트 경비원을 용역 회사에 맡기면서도 고용 불안이나 임금 감소 우려를 없앤 것이다.

서성학 동아에코빌 관리소장은 이날 오후 성북구청에서 열린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일자리 안정자금 설명회'에서 "만약 우리 자녀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 되겠느냐"며 "우리가 다른 단지보다 급여가 많지는 않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고용 조건을 만들어주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관리비를 줄이지 않고도 2002년부터 16년 넘도록 경비원 17명과 환경미화원 12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의 근무 연수가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퇴직금 적립분도 늘어나 관리비 부담도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경비원을 직고용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바꿔 비용 부담은 줄이되, 전원 고용·급여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어 '윈윈'을 꾀했다.

서 소장은 "관리비 절감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해 입주민의 관리비 절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비원에게는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을 보장해줄 것이다.

서로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동행'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서현 씨는 "우리 아파트는 주민과 합심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10년 전에는 자정이 넘어도 소등을 못 하게 하고 24시간 근무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복지 등 여러 가지 환경이 좋아졌다.

그래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주민도 우리를 격려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경비원의 근무 형태를 24시간에서 당직 주간 교대 형태로 바꿔 감원 없이도 임금을 늘리는 방안, 경비원 정기 무급 휴무일을 도입해 쉴 권리를 보장하되 임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연합뉴스